STYLE

송년회 다섯 번, 옷장은 하나

회사 송년회부터 친구 집들이까지. 새 옷 없이 다섯 번의 연말 약속에 나가는 법.

EXNUL · 2026.11

달력에 연말 약속 다섯 개. 12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회사 송년회. 대학 동기 모임. 둘이 먹는 저녁. 친구 셋 송년 파티. 그리고 유나네 집들이.

옷장 문을 열었다. 아이보리 니트, 연회색 와이드 슬랙스, 은반지 하나. 이 세 개는 다섯 번 모두 나간다. 바뀌는 건 그 위에 얹는 한 가지뿐이다.

OFFICE

회사 송년회, 니트 위에 조끼 하나

회사 송년회는 다음 날 같은 얼굴을 또 보는 자리다. 너무 꾸미면 출근길이 어색하다.

아이보리 니트 위에 같은 회색 계열의 테일러드 조끼를 겹친다. 그것만으로 사무실 옷과 저녁 옷 사이가 된다. 구두는 굽 낮은 로퍼. 2차는 늘 걸어서 간다.

조끼는 자리에 앉으면 벗어 의자에 걸어도 된다. 니트만 남아도 이상하지 않은 조합으로.

FRIENDS

동기 모임, 냄새가 배는 날

동기 모임 장소는 해마다 고깃집이다. 올해도 그랬다.

이날은 니트 위에 짧은 패딩 점퍼를 걸친다. 들어가자마자 벗어서 가게 비닐봉지에 넣는다. 니트는 집에 와서 바로 바람이 통하는 창가에 걸어 둔다. 다음 날 아침이면 연기 냄새가 거의 빠져 있다.

은반지는 빼서 주머니에. 집게를 잡는 손이 바쁜 날이다.

DINNER

둘이 먹는 저녁, 하의만 바꾸기

연말 저녁, 둘이 먹는 식탁.
연말 저녁, 둘이 먹는 식탁.

둘이 먹는 저녁에는 슬랙스를 벗고 샴페인색 새틴 스커트를 입는다. 위는 같은 아이보리 니트. 니트의 보송한 결과 스커트의 매끈한 결이 식탁 조명 아래 같이 보인다.

잔을 잡을 때마다 소매 끝이 손등을 반쯤 덮는다. 은반지가 그 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테이블 건너편에서 그가 그걸 오래 봤다.

PARTY

셋이 하는 송년 파티, 반짝이는 건 하나만

12월 셋째 주 금요일, 친구 집 식탁.
12월 셋째 주 금요일, 친구 집 식탁.

서진이가 잔을 들었다. “올해 고생했다, 우리.” 유나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고, 잔이 부딪히기도 전에 나도 따라 웃었다.

파티 날에는 반짝이는 걸 하나 꺼낸다. 연분홍 시퀸 카디건. 다른 데는 전부 그대로 둔다. 니트와 슬랙스가 차분하게 받쳐 주니까 카디건 하나만 눈에 들어온다.

시퀸은 니트 위에 입으면 안쪽이 덜 까슬하다. 세 시간 넘게 앉아 있는 날에는 그게 꽤 중요하다.

HOUSEWARMING

토요일 낮 집들이, 코트까지 한 벌처럼

마지막은 낮이다. 케이크 상자는 서진이가, 꽃다발은 내가 들었다.

긴 크림색 코트를 니트와 슬랙스 위에 입는다. 위아래 색이 비슷하니 코트까지 한 벌처럼 이어진다. 신발은 흰 운동화. 남의 집 현관에서 벗고 신기 편한 걸로 고른다.

유나네 현관 앞. 나는 꽃다발을 서진이에게 잠깐 맡기고, 허리를 숙여 운동화 끈을 풀었다.

글 EXNUL 편집부

THE SET

다섯 번 나간 옷장

매번 입은 것
아이보리 니트 · 연회색 와이드 슬랙스 · 은반지
회사 송년회
+ 회색 테일러드 조끼, 로퍼
동기 모임
+ 짧은 패딩 점퍼
둘이 먹는 저녁
슬랙스 대신 샴페인색 새틴 스커트
송년 파티
+ 연분홍 시퀸 카디건
집들이
+ 긴 크림색 코트, 흰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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