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IOR

신혼집에 처음 들인 물건 하나

무쇠 냄비, 원목 식탁, 리넨 침구, 스탠드, 올리브나무. 다섯 쌍이 고른 첫 살림과 그 이유.

EXNUL · 2026.11

이삿짐 트럭이 떠난 저녁, 거실에는 상자 하나만 뜯겨 있었다.

소희는 그 안에서 짙은 남색 무쇠 냄비를 꺼내 아직 보호 필름도 안 뗀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숟가락 한 벌 없는 집에서 처음 제자리를 찾은 물건이었다.

신혼부부 다섯 쌍에게 집에 처음 들인 물건 하나를 물었다. 비싼 것부터 산 집은 없었다.

POT

1. 무쇠 냄비 — 윤재(33)·소희(31), 부산 수영구

“둘 다 퇴근이 늦어요. 주말에 국을 한 솥 끓여 두면 평일 사흘이 버텨져요.” 소희는 혼수 목록 맨 위에 냄비를 적었다. 무거워서 매일 꺼내기는 번거롭지만, 한 번 데워지면 식탁에 올려 둔 동안 온기가 오래간다. 가스레인지와 인덕션에서 모두 쓸 수 있는지 확인하고 골랐다.

대략 가격대: 20만~40만 원대 (지름 24cm 안팎)

TABLE

2. 원목 식탁 — 현우(34)·다솜(32), 부산 해운대구

아치 창 옆 6인용 원목 식탁.
아치 창 옆 6인용 원목 식탁.

소파보다 식탁이 먼저였다. 둘은 저녁을 먹은 자리에서 그대로 노트북을 켜고, 주말에는 친구들을 불러 밥을 먹는다. 4인용 대신 6인용을 고른 건 양가 부모님이 한꺼번에 와도 의자만 더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기름으로 마감한 상판이라 물 자국이 남지만, 사포로 문지르면 다시 매끈해진다.

대략 가격대: 100만~200만 원대 (6인용)

LINEN

3. 리넨 침구 — 시우(30)·아린(29), 서울 마포구

한여름에 입주했다. 첫 주 내내 열대야였다. 아린은 에어컨 온도보다 침구를 먼저 바꿨다. 리넨은 땀이 차지 않고 빨수록 부드러워진다. 처음 받은 날 구김이 많아 다림질을 할까 고민했지만, 둘은 구겨진 채로 쓰기로 했다.

대략 가격대: 30만~60만 원대 (퀸 사이즈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

LAMP

4. 플로어 스탠드 — 건우(35)·한별(33), 경남 양산

해 진 뒤에는 이 불 하나만.
해 진 뒤에는 이 불 하나만.

새 아파트 거실 천장 등은 하얗고 환했다. 건우는 퇴근하면 그 불부터 껐다. 대신 소파 옆에 따뜻한 빛이 나는 스탠드를 하나 세웠다. 해가 진 뒤에는 이 불 하나만 켠다. 한별은 그 아래에서 책을 읽고, 건우는 그 옆에서 졸다 깬다.

대략 가격대: 10만~30만 원대

OLIVE

5. 올리브나무 — 재민(31)·주희(30), 부산 동래구

일요일 아침, 베란다 창가.
일요일 아침, 베란다 창가.

주희는 집에 살아 있는 것이 하나 있었으면 했다. 강아지 콩이는 결혼 전부터 재민과 살았다. 그래서 둘이 함께 들일 첫 생명으로 1m 조금 넘는 올리브나무를 골랐다. 해가 잘 드는 베란다 창가에 두고, 겉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 일요일 아침 물뿌리개를 드는 쪽은 재민이고, 콩이가 그 옆에 앉아 구경한다.

대략 가격대: 10만~30만 원대 (키 1m 안팎, 화분 포함)

그날 밤 소희는 무쇠 냄비에 라면 두 개를 끓였다. 새집에서 처음 만든 음식이었고, 냄비째 식탁 대신 상자 위에 올렸다.

글 EXNUL 편집부

TRY THIS

우리도 해 볼 것

  1. 목록혼수 목록 맨 위 한 줄은 ‘둘이 가장 자주 쓸 물건’으로 비워 둔다.
  2. 일주일사기 전 일주일, 그 물건이 없어서 불편했던 순간을 휴대폰 메모에 하나씩 적는다.
  3. 줄자큰 가구는 고르기 전에 현관문과 엘리베이터 폭부터 줄자로 잰다.

가격대는 2026년 10월 기준 같은 종류 제품의 대략적인 범위(편집부 추정)로, 크기·소재·판매처에 따라 달라요. 등장인물과 사진 속 인물은 AI로 만든 가상 인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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